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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릴 땐 누가 심었는지 모를 마당에 피어있는 봉숭아꽃과 꽃잎을 따다 손가락에 참 많이도 물들이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봉숭아꽃! 내가 기억하기로는 꽃잎 색깔에 따라서 손가락에 물드는 색이 달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맞나 모르겠다. 집 앞에 봉숭아 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한 짝꿍이 비닐을 들고나가길래 함께 가서 한 움큼 따왔다. 도시에 한복판에 피어있는 꽃이기에 혹시 약이라도 쳐져있을까 봐 물에 담가놓고 흐르는 물에도 박박 씻었다. 이번에도 아버님 찬스를 써서 봉숭아꽃과 잎을 놓고 백반이 없어 굵은소금을 넣어 빻았다.
빨갛게 잘빻아진 봉숭아꽃잎을 처음 보는 아이는 우와우와를 연발하더라 ㅋㅋㅋㅋ 귀엽다. 아이 손가락에 올리고 내 손가락 발가락에도 올려서 비닐장갑에 손가락 부분을 잘라 씌운 다음 실로 살짝 묶어주었다. 내 어릴 적엔 묶어놓고 하룻밤을 자고 뺐던 기억인데 너무 오랜만에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시간만 유지하다 빼보기로 했다. 손을 묶이니 영 불편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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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마음대로 손을 못쓰니 답답했는지 금방 빼달란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며 1시간 겨우 채우고 빼주었다.
캬캬캬캬 그래도 한시간만 한 것 치고는 잘 물든 것 같다. 조그마한 손에 고추잠자리 날개처럼 물든걸 보니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내 손가락과 발가락은 그렇지 못했다. 김치 국물 물든 것 마냥 되어 버렸다. 아이는 신기한지 우와 예쁘다를 연발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행복하면 엄마 아빠는 더 행복해~
오후엔 낙지가 도착했는데 예쁘게 물들인 손가락으로 낙지 한 마리를 조물딱 조물딱 하더니 먼 곳으로 보내버렸다. 낙지의 눈빛이 아직도 생각난다. 살려줘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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