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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 이야기

경북 칠곡 소문난 할매 손칼국수집 내가 조선의 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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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대구에 일이 있어 하루 다녀왔었는데 다음날 올라오는 길에 한적하고 맛있는 집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폭풍 검색을 하던 중 찾아낸 맛집이 있었다. 칠곡 동명 저수지 근처에 소문난 할머니 손칼국수 집이라고 쓰여있었는데 그냥 봐서는 그냥 외떨어진 동네 시골집처럼 생겼다. 담벼락에 내가 조선의 국수다 라고 쓰여있는 낮고 작은 파란 지붕의 국숫집이었다. 우리는 외관을 보는 순간 딱 감이 왔다. 그래 의심할 여지가 없어. 여긴 진정한 맛집일 거야. 그리고 우리는 줄 서서 기다리는 맛집은 거의 가지 않는다. 그런 곳을 가본 경험으로 거의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게가 너무 바빠서겠지만 불친절에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한 곳들이 많았다. 하필 우리가 가는 곳만 그런 거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곳을 보는 순간 감이 왔다. 차분히 즐기다 배불리 기분 좋게 떠나자~

소문난할매-손칼국수집-영업중
소문난할매 손칼국수집 영업중

아 날씨도 좋고 서울은 간밤에 폭풍우가 쳤다는데 이곳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덥기까지 했다. 아랫지방이라 아직 더운가 보다 했다. 손칼국수집 오른편에는 강아지 집이 있고 하얀 강아지가 지키고 있는데 짖지도 않고 말 걸어도 대꾸도 없어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낮고 낡은 좁은 집이었는데 우리가 앉은 테이블 안쪽으로는 알게 모르게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다. 옛날 향수가 나는 곳인데 보통 이런 곳은 기름때도 많이 껴있고 조금은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많았었는데 여기는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한 시골 친척집에 온듯한 기분만 저 드는 곳이었다. 베란다처럼 생긴 곳에도 실개천이 흐르는 방향으로 테이블이 길게 나있다. 바로 옆이 개천이라 혹시라도 비가 많이 오면 위험하겠다는 생뚱맞은 걱정도 하며 음식을 시켰다. 내가 은근 배가 고팠는지 이번에도 사진을 다 못 찍고 뱃속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그래도 이번엔 몇 장 건졌다. 나는 국수를 정말 사랑한다. 임신 때도 국수로 살았을 정도로 물에 국수가닥만 있어도 신나게 먹었을 정도로(내가 조선의 국수 왕이다) 국수를 좋아하는데 건강이 나빠지면서 면을 되도록이면 멀리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그동안 못 먹은 국수를 제대로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참 전부터 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기대를 잔뜩 하다가 문득 너무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뭐 보통 맛이겠지 배나 채우고 가자 라며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주문을 했다. 호박전도 있길래 시키고 아이도 있어서 맵지 않은 손칼국수도 시키고 매콤한 손칼국수도 시켰다.

 

 

늙은호박-호박전
기절초풍 호박전
담백한-손칼국수
담백한 손칼국수

내가 조선의 국수 왕인데 국수도 정말 맛있고 좋았지만 더 반한 것은 바로 저 호박전이다. 만약에 누가 이 글을 보고 이곳에 가게 된다면 호박전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호박전 이래서 애호 박인 줄 알았는데... 늙은 호박으로 한 것이었다. 늙은 호박은 죽으로만 먹는 줄 알았지 전이라니 너무너무 달콤하고 테두리는 바삭 까진 아니지만 고소 바삭하고 부드럽다. (찍어먹는 간장도 아주 그냥 예술이다) 아이도 처음엔 안 먹으려 하더니 맛만 보라고 조금 주니 잘 먹더라. 눈치 봐가며 마지막 한 점까지 먹어버렸다. 국수만 아니라면 몇 장 더 먹고 싶었다. 그렇다고 국수가 평범하냐 아니다. 보통 면을 먹고 나면 속이 부대끼고 소화가 잘 안 되는 특징이 있었는데 이건 먹고 나서 전혀 그런 게 없었다. 국물도 깔끔하니 뭔가 특별한 맛이 났다. 우리끼리 분석하며 여기엔 분명 야채 육수를 썼을 거라며 아는척했다. 면은 제품이 아닌 손으로 직접 썰은 가게 이름 그대로 손칼국수 면이다. 아.. 이곳을 찾아낸 내가 정말 기특하고 대견했다. 나도 맘먹고 찾으면 잘 찾는구나 하하하하 이런 곳이 비싼 돈 주고 먹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곳이겠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예전에 서울에 유명한 매운 족발집에 기대를 가득 품고 먹으러 갔다가 교대하고 퇴근하는 직원이 손님상 옆에서 물수건으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아주 싹싹 비벼 닦는 모습을 본 후 충격 제대로 먹고 다시는 맛집을 믿지 않겠다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가게도 더러웠다. 갑자기 그때 생각을 하니 슬퍼진다.ㅋ 여기는 진짜다. 꼭 다시 방문하리!! 면을 먹고 속이 편한 곳은 첨이야! 꾹꾹 참아가며 면을 멀리 했었는데 내 위를 위로해줘서 정말 고마운 "칠곡 소문난 할머니 손칼국수집 내가 조선의 국수다" 고맙습니다~

매운 칼국수는 너무 내 스타일이라 찍지도 않고 먹어버려 아쉽게 사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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